“그럼 내가 백월인이라는 것도 알고 있겠네?”
“네. 제가 이 동아리실을 찾아오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해요, 선배가 백월인이라는 사실은.”
입단 동기가 단지 그것뿐인 건가, 이 녀석. 머릿속에 맴돌던 의문점은 이내 입을 통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단지 그것뿐인 거냐? 이 동아리에 찾아오게 된 계기가.”
애라하라고 이름을 밝힌 1살 연하의 신입생은 내 질문을 듣더니 아기는 어떻게 생기냐는 10살짜리 동네 꼬맹이의 질문으로 인해 어쩔 줄 몰라 하며 얼굴을 붉히는 옆집 누나와 같은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유 중 하나라고 했지 단지 그 이유뿐이라는 말은 안 했던 것 같은데요.”
그랬던가.
이 녀석이 그런 말을 했었나 골똘히 생각하던 나는 결국 답을 찾지 못한 채 팔아치웠던 정신을 동아리실에 도로 환불하였고 곧이어 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대화가 단절되었다는 걸 인지하게 되었다. 단절된 대화를 어떻게든 다시 이어보기 위해 토크 주제를 선별하는 사이 말을 거는 법을 모르는 것만 같았던 애라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선배, 세계 해군 칼럼 쓰시죠? 그것도 제가 여기에 온 이유 중 하나예요.”
“그럼 해군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건가?”
“네.”
관심이 있긴 하구나, 이 녀석.
“그래서 말인데 선배랑 한번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그리하여 나와 새로운 부원인 애라하는 이곳 네이비 동아리실에 앉아 처음으로 본래 동아리실을 설립한 취지에 걸맞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지극히 네이비다운 활동이긴 했지만 왠지 마음 한구석이 황량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성과 단둘이 같은 방에서 이런 이야기나 나누고 있다니.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애라하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굉장히 박식한 아이였다. 각국의 해군력에 대한 통계는 물론이고 각국 해군의 역사, 국제정세까지 정말 모르는 게 없었다. 내가 한 수 위일 거란 생각에 녀석을 살짝 얕잡아보고 대화를 시작했었지만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오히려 내가 모르는 것들까지도 그녀는 알고 있었고 그것에 대해 나에게 설명하기까지 했다.
이거 왠지 대어를 낚은 느낌인 걸? 이 녀석만 있다면 동아리 폐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