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살펴보니 놀랍게도 이계의 문물이라 생각했던 것들은 백월의 언어와 같은 언어였다.
‘백월의 운명을 짊어진 자여
나, 조국은 명한다.
그대는 나를 도우라.’
글귀를 읽는 순간 난 견딜 수 없을 만큼 강렬한 현기증을 느꼈다. 이내 다리가 풀려버린 난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그러자 어느새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울어주고 싶었다. 대신해서. 조국을 대신해서 울어주고 싶었다.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바보 같은 내 조국을 위해서. 대신 울어주고 싶었다. 아프다고. 너무나 아파서 미칠 것 같다고. 나 좀 도와달라고 소리쳐 외쳤지만 모두들 외면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자신의 외침을 들어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그리고 결국엔 그 믿음이 이루어졌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말이다.
왜냐하면―
“그 외침, 내가 접수했거든.”
이제 외면하지 않을게. 그리고―
“도와줄게. 내 숨이 멎는 날까지 널 위해 싸워줄게. 네가 더 이상 아파하지 않도록.”
그날 나는 내 조국 백월과 약속했다. 아파하지 않을 때까지 싸워주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