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톱을 노려라! 건 버스터 애니메이션의 결말 부분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최후의 결전을 벌이는 은하중심돌격함대

그중 인류 최강의 전투력을 보유한 건버스터의 조종사인 노리코와 카즈미

그 둘은 인류의 모든 것을 건 마지막 싸움에서 실패로 끝날 뻔한 작전을 기적적으로 성공시킨다.

하지만 우리은하의 중심부를 전부 날려버릴 만큼 강력한 블랙홀 폭탄의 축퇴 연쇄에 따른 후폭풍으로 인해, 둘은 빛의 속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속도로 튕겨져 나갔다.



약 12000년 후

가까스로 태양계 제3번 행성 지구에 도달한 노리코와 카즈미

하지만 이미 지구의 시간은 14292년 7월 6일 토요일

멸망해 버렸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 고작 100년 안팎의 삶을 사는 인간에게는 영겁과도 같은 시간이 흘러버렸다.

귀환의 기쁨도 만끽할 수 없었던 두 조종사는 불빛도 보이지 않는 지구의 모습을 보고 실망하지만,



이내 나타나는 온 인류의 환영 인사


'어서 오세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어서 오세요'

이것을 본 노리코와 카즈미는 비로소 자신들이 돌아온 이곳이 자신들이 지켜낸 인류의 터전인 지구가 맞다는 것을 확신하였고,

만신창이가 된 건버스터는 노리코와 카즈미를 지구로 보내는 것을 마지막으로 12000여년 간 이어진 기나긴 임무를 끝마치게 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보고, 읽고, 들은 모든 엔터테인먼트를 통틀어서 가장 감동적인 것을 하나만 꼽으라면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난 건버스터를 말할 거다.



근데 말야

사실 건버스터에 대한 이야기 말고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방영된 지 20여 년도 더 지난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난 뒤 느낀 부끄러움이다.



이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세워진 지 63년밖에 되지 않았고, 그나마도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두 진영의 갈등으로 인해 남과 북으로 나뉘게 되었다.

모두가 알겠지만 우리는 바로 이 이념대립으로 인해 같은 민족끼리 총을 겨눈 6.25사변을 겪었다.


당시 북한에 비하면 한 줌밖에 되지 않았던 국군.

각 나라의 군사 원조와 한 번 빼앗겼던 조국, 다시는 그때의 그 아픔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목숨을 초개와 같이 여기고 싸우신 수많은 호국 영령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이다.


1953년 7월 27일

남과 북은 휴전 협정을 맺게 되고, 한반도는 정전 상태로 돌입하게 된다.

전쟁의 상흔으로 인해 아무것도 남지 않은 대한민국

그리고 전쟁터에서 돌아온 대한의 건아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들을 저버렸다.


전쟁으로 팔다리를 잃은 상해 용사들은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고, 운 좋게 다친 곳 없이 전역한 참전 용사들이라고 해서 별다른 특혜 따윈 없었다.

그렇게 5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 당시와 비교했을 때 별로 나아진 것은 없다.

특히 열받는 것은 얼마 전 참전 용사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보상된 금액이 5천 원이라는 것

정말 이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이럴 때마다 너무나 밉다.


영웅으로 추앙받는 것은 고사하고, 사회에서 버려졌으며 그런 홀대를 받으면서도, 그런 모습의 조국도 자신의 조국인 것을 받아들인 그들이지만

솔직히 섭섭하지 않으셨을까?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옆에 있던 전우가 피를 흘리고, 팔다리가 잘려나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던 그분들께서


'고작 나라를 지킨 대가가 이런 것이냐'


라는 생각을 단 한 번이라도 안 해보셨을까?


어떻게 지킨 조국인데...




한낱 애니메이션에서조차 후손들의 내일을 만들어준 그들을 열렬히 환영했는데


정작 우리는


우리는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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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감명 깊게 봤던 건 버스터를 다 보고 나서 애니메이션의 내용과 당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비교해보고 썼던 글이다.

저 글은 약 7년 전에 썼던 글인데 사실 지금 와서도 참전용사들에 대한 대우는 여전히 좋지 못하다.

호주 같은 경우 한국전에 참전했다는 이유만 있으면 참전용사로서 받을 수 있는 다양한 혜택들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정작 그 전쟁의 당사자인 우리나라는?


언제쯤이면 이 숙제를 풀게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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