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하는 날 꿨던 소름 돋는 악몽
전역하는 날 꿨던 소름 돋는 악몽
제대하던 날엔 이런 일이 있었다. 3차정기휴가가 끝나고 부대에 복귀해 하룻밤을 보내던 그날 새벽. 그러니까 제대하는 날 새벽이다. 난 소름끼치는 꿈을 꾸게 된다.
꿈에서 웬 여자아이가 길가에 서 있었다. 그 길 옆엔 가파른 경사의 낭떠러지가 있었다. 난 그 여자아이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 애는 아무 말도 않고 그저 웃기만 하며 길 옆 낭떠러지에 서 있는 전봇대 하나를 가리켰다. 길에서 가까웠다. 난 그 애한테 '저걸 보라는 뜻이냐'며 물었지만 그 애는 웃기만 했다. 궁금해진 나는 밑으로 내려가 전봇대를 가까이에서 보았다. 거기엔 영어로 된 3글자의 이니셜이 적혀 있었다. 그걸 보고 뒤돌아서 여자아이에게 이게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아이는 이번에도 웃기만 하며 어디론가 가버렸다.
저 이니셜이 무슨 뜻인지 곰곰히 생각하며 길 위로 올라오려고 몸을 반쯤 길가에 걸쳤을 때즈음, 길 왼편에서 사람 네 명이 길을 걸어가는 걸 발견했다. 그중 갈색 코트를 입고 안경을 쓴 한 사내는 나에게 다가오더니 길가에 매달린 나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쪼그리고 앉아 예의 그 여자아이처럼 미소를 지으며 내가 뭘 하는지 묻는 것처럼 쳐다보았다. 난 그 물음에 답하지 않고 전봇대에 새겨진 이니셜에 대해 물었다. 그러나 그도 모르는 듯했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다시 가던 길을 갔고 나는 또다시 고민하며 길 위로 완전히 올라가려는 찰나.
4명의 일행 중 맨 뒤에 있었던 오렌지색 잠바를 입은 사내가 갑자기 나를 향해 돌진했다. 너무나 놀란 나는 벙쪄 있었는데 그 사내는 순식간에 나와의 간격을 좁히더니 이내 내 몸을 밀쳐내었고, 난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길가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그 마지막 순간 바라본 그 사내의 표정은 분노에 가득찬 표정이었다. 그 표정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웠다.
제대하는 날 새벽. 난 이 꿈을 꾸고 너무 놀라 잠에서 깼다. 등에는 식은땀이 나 있었다. 이런 꿈을 제대하는 날 꿨으니 내 심정이 어떠했겠는가? 정말 이날은 집에 가는 버스도 혹시나 전복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하고 집에 도착해서도 밖에 나가지 않았다.
전역하고 집에 도착했을 때 엄마는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려주었다. 날 위해 정말 많은 기도를 해주셨던 교회 권사님께서 내가 그 꿈을 꾸었던 새벽에 우리집을 찾아오셨다는 것이다. 원래 더 늦은 아침에 오실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새벽에 찾아오시더니 가족들을 불러모아 날 위해 다 같이 기도하자고 하셨단다. 영문도 모른 채 우리 가족들은 기도를 했다고 하는데, 아마 저 새벽 시간대는 내가 악몽을 꿨던 바로 그 새벽이 아닌가 싶다.
아마 이때의 기도가 없었다면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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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전역하는 날 꿨던 악몽에 대해 적은 글이다.
진짜 저때만큼 자면서 식은땀을 그렇게 많이 흘린 적은 처음일 거다.
생활관 온도가 더웠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때 내 등에 흘렀던 그 식은땀은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땀량이 아닐까 싶다.
저때 날 위해 기도해주셨던 권사님은 저 글을 작성하기 전날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게 되었고, 그 충격으로 저 글과 함께 몇 자 더 적었는데 그 중 꿈에 대한 내용만 발췌하여 옮겨 적었다.
지금까지도 교회에 다니고 있지만 사실 내가 신앙이 있어서 다니는 건 아니지만 저때 저 꿈이 가끔 떠오를 때면 신 혹은 그 외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